서울에서 집 못 사면 떠나라는 걸까요? 실거주 의무 강화가 전세·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

실거주를 강화하면 전세와 월세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임차주택의 약 90%는 민간 임대인이 공급하고, 공공임대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전세와 월세 시장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 집주인의 주택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자기 집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 시장에 나오던 전세와 월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은 그대로라면 전월세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이번 세제 개편이 왜 임대시장에 영향을 줄까요?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의 핵심은 실제로 거주해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꾸는 것입니다.

1주택 중저가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수천만 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자신의 집을 세입자에게 내주고 다른 곳에 살 이유가 줄어드는 거죠.

결국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게 됩니다. 그 순간 전세나 월세로 공급되던 집 한 채가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이런 선택이 서울 곳곳에서 반복되면 임대 물량은 계속 감소하게 됩니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실제로 들어가 살아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 제한되고 매수자가 직접 입주하면서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었는데요.

전세 매물이 줄어들자 남아 있는 물건에 수요가 몰렸고, 그 결과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실거주 중심으로 바뀌면 영향 범위가 더 넓어집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다세대, 다가구 같은 비아파트 주택까지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아파트 전세와 월세까지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주로 빌라와 다세대, 다가구, 원룸, 오피스텔에서 전세나 월세로 거주합니다.

청년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지방에서 올라온 직장인과 대학생도 대부분 이런 주택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아파트 시장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사실상 마지막 주거 공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비아파트 집주인까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 전세와 월세 물량이 줄어듭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 월세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됩니다.


공공임대가 부족한데 민간 공급까지 줄이면 어떻게 될까요?

민간 임대 공급이 줄어도 공공임대가 충분하다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입자 열 명 가운데 아홉 명 가까이가 민간 임대주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 집주인의 전세와 월세 공급까지 줄어들면 이를 대신할 주택이 없습니다.

이 경우 전월세 시장은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집니다. 많은 집주인이 비슷한 시기에 실거주를 선택한다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전세와 월세가 빠르게 뛰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부담은 누가 지게 될까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는 이번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쪽에 가깝습니다. 반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한 1주택 중저가 주택 소유자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집이 없는 사람입니다.

서울에 자기 집이 없는 무주택자는 줄어든 전세 매물을 놓고 더 높은 보증금을 내야 합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비싼 월세를 부담해야 하고, 그마저 감당하기 어렵다면 서울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결국 집이 있는 사람은 자기 집에 들어가 살 수 있지만,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은 더 비싸진 전세와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서울은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는 도시가 될까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자녀가 학교에 다니더라도 전세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면 경기와 인천 등 외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길어지고 교통비와 생활비 부담도 함께 늘어납니다. 지방에서 취업이나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청년들에게는 주거비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서울에 집을 사서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세와 월세부터 시작하는데, 그 첫 단계가 막히면 결과적으로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것조차 어려워집니다.

정책의 의도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나타나는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 집을 살 돈이 없으면 올라오지 말라는 정책일까요?


올해 이사 계획이 있다면 왜 미리 움직여야 할까요?

실거주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 괜찮은 전세와 월세 물건부터 먼저 사라집니다.

계약 만기가 아직 남았다고 기다리다가 막상 이사할 때가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집은 줄고, 보증금과 월세는 더 올라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이나 자녀 학교 때문에 특정 지역을 떠나기 어렵다면 계약 만기 몇 달 전부터 매물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전세를 유지할지, 반전세나 월세로 갈지, 서울 외곽까지 범위를 넓힐지도 미리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 전세와 월세 가격이 앞으로 돌아봤을 때 가장 저렴했던 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거주를 늘리는 정책이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일까요?

정부는 실거주를 늘리고 주택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집주인에게 실거주만 강하게 유도하면 임대주택은 줄어듭니다. 아파트 전세는 토지거래허가제로 줄고, 비아파트 전세까지 세제 개편으로 줄어들면 결국 서울의 전세와 월세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정책의 목적은 실거주자 보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가 오르고 무주택자가 서울 밖으로 밀려난다면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번 세제 개편이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주거 진입장벽을 만드는 정책이라고 보시나요?

서울에서 집 못 사면 떠나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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